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되어 취임한 이후, 그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른 강력한 관세 정책이 이웃 국가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후속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제 하에서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온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반응과 앞으로 이들 국가가 직면할 경제적 영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정책과 이웃국가들의 즉각적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일자리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목으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캐나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각각 10%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러한 급격한 정책 변화에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역사적 동맹국 간의 신뢰를 훼손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멕시코의 경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상호 존중에 기반한 국제 무역 질서를 위협하는 일방적 조치"라고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해결책 모색을 시사했다. 두 국가 모두 즉각적인 보복 관세 부과보다는 외교적 채널을 통한 대화와 협상을 우선시하는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나,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단계적 대응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산 농산물에, 멕시코는 미국산 곡물과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캐나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
캐나다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 수출의 약 75%가 미국 시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특히 알루미늄, 철강, 목재, 자동차 부품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토론토대학교 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관세로 인해 캐나다 GDP가 연간 약 0.8% 감소할 수 있으며, 최대 8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세 가지 핵심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다. 첫째, 원자재 가공 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와 세제 혜택을 통해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둘째, 유럽연합(EU), 영국, 일본과의 무역 관계를 다각화하는 '무역 다변화 이니셔티브'를 가속화하며, 셋째, 미국 내 친캐나다 로비 그룹과 협력하여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전략이다. 특히 캐나다 자동차 부품 협회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연대하여 "관세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결국 미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의 도전과 기회
멕시코는 캐나다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중앙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멕시코 GDP가 최대 2.1% 감소할 수 있으며, 주요 수출 산업인 자동차, 전자제품, 농산물 부문에서 급격한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북부 국경 지역의 마킬라도라(수출가공구역) 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위기가 멕시코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일환으로 멕시코를 대안적 생산기지로 고려하고 있다. 둘째, 멕시코 국내 시장과 남미 시장으로의 다변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시티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관세 위기 이후 멕시코 기업들의 60% 이상이 수출 시장 다변화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멕시코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국내 공급망 강화와 기술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 산업 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결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북미 지역의 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 경제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위기가 경제 구조 다변화와 회복력 강화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두 국가 모두 대미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깊은 연관성을 가진 국가들로, 단기적인 무역 분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경제 협력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현재의 긴장 상태가 결국은 세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일방적 관세 정책보다는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반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할 것이다.